탈락 통보 다음 날, 이 글이 닿았으면 하는 분께
며칠 전, 모두의창업 1기 심사에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청년 대표님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. 스스로도 충분히 준비했다고 느꼈던 만큼, 목소리에는 실망과 자책이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.
그 감정은 낯설지 않습니다. “내 능력 전부를 쏟아낸것 같은데도 안 되면,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?” — 이 질문 앞에서 며칠을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 경험이 저에게도 있습니다.
평가위원석에 앉아보고서야 알게 된 진실
지금은 가끔 창업 심사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. 그 자리에서 느낀 것은.. 평가자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.
논리 정연한 사업계획서를 가져오신 분도 있고, 아직 정리가 덜 된 분도 있습니다. 그런데 평가자 중에는 질문을 통해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분도 있는 반면, 자신의 경험과 기준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분도 분명 있습니다. 사업이 될지 안 될지는,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.
한 번의 심사 결과로 사업의 가능성이 결정되지 않습니다.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자 본인의 의지입니다.
카노(Kano) 기법으로 사업계획서의 설득력을 높이는 법
통화 이후 그 대표님께 모두의창업 2기 재도전을 권했습니다. 그리고 먼저 카노(Kano) 기법 기반의 설문지를 만들어 전달했습니다.
카노 기법은 고객이 특정 기능을 얼마나 중요하게 느끼는지, 그 기능이 없을 때 불만이 얼마나 커지는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방법론입니다. ‘이 기능이 필요할 것 같다’는 감 대신, 실제 고객 반응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. 그 데이터가 사업계획서 안으로 들어오면, 논리의 밀도가 달라집니다. 평가자 입장에서도 “이 대표는 실제 고객에게 물었다”는 흔적이 보이면 신뢰도가 올라갑니다.

고객 2명만 만나도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
설문에 응해줄 고객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현실은 압니다. 그러나 실제 고객 단 2명과의 대화만으로도 서비스의 강점과 약점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납니다.
사업계획서 문장을 다듬는 데 쓴 시간의 잠깐만이라도 실제 고객을 만나는 데 썼다면, 더 빠르게 답을 찾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. 이건 그 대표님에게 드리는 말이기도 하지만, 동시에 저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합니다.
탈락 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세 가지 질문
2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는 결과는 실력 부족의 증거가 아닙니다. 아직 시장에 묻지 않은 질문이 남아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.
지금 이 시점에 스스로에게 던져볼 세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.
첫째, 내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고객은 정확히 누구인가.
둘째, 그 고객이 “있으면 좋다”가 아니라 “없으면 안 된다”고 느끼는 기능은 무엇인가.
셋째, 그 답을 사업계획서 안에서 만든 것인지, 실제 고객의 입을 통해 확인한 것인지.
이 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이 곧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.
고객 두 명을 만나는 것에서, 다시 시작하세요
한 번의 결과로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. 탈락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, 질문을 바꾸라는 신호입니다.
모두의창업 2기 재도전을 준비 중이라면, 거창한 계획보다 먼저 고객 두 명 이상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. 그 대화가 사업계획서 수십 장을 다듬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방향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.
이 글은 그 대표님께 드리는 말이기도 하고,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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